언제나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단어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나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알았다.
눈부신 햇살이 좋고, 온몸을 포근히 감싸는 따스한 기운이 좋다. 그리고 화사하게 핀 사방의 꽃이 좋다.
이 좋은 날, 나의 영웅 아버지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아버지는 참 부지런하고 엄격한 분이셨다. 자식들을 일찍 객지로 보냈고 자식들이 고향에 들르면 이틀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하셨다. 바깥바람을 맞으며 고생해야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이 아버지의 자녀교육법이었다.
그 가르침으로 가정을 이루고 별 탈 없이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살아 생전에는 왜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 했을까.
1998년 설, 고향으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세배를 받은 뒤 내게 선물을 하나 주셨다. 오뚝이였다. 오뚝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1998년 설날에 아버지가 영식이에게'. 당시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주저앉고 싶을 때였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내 사정을 헤아리셨던 것 같다. '그 동안 오뚝이처럼 살아왔으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라'는 아버지의 격려가 느껴졌다.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한책임을 짊어진 가장이 한없이 추락했을 때의 그 처참한 심정을. 신세에 대한 자괴감이 드는 한편, 아버지의 가르침에 대한 한없는 고마움이 솟아올랐다.
1998년 3월, 나는 천 길 벼랑 위에 서 있었다. 잘 나가던 사업이 IMF을 맞으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어음 막을 돈 2000만 원이 급했다. 그 돈이 없으면 최종 부도 처리될 판이었다.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돈을 빌리지 못했다. 그렇게 많던 주위의 사람은 내가 위기에 직면하자 하나 둘 떠나버렸다. 그 때 유일하게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생각했다. 가족… 아버지였다. 그 길로 아내와 함께 다시 아버지를 찾아갔다.
언젠가 아버지는 우리 다섯 형제를 앉혀 놓고 "너희가 준 용돈, 2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 나중에 다 너희한테 주고 갈 돈이니, 절대 이 돈을 탐내지 마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아버지 돈 탐내는 자식 없습니다. 그러니 그 돈 은행에 쌓아 두지 마시고 외국여행도 다녀오고, 원하는 대로 쓰면서 재미있게 사세요" 하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그 돈을 탐내 아버지를 뵈러 내려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사내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돈 2000만 원이 급했고, 백방으로 알아보았으나 돈을 빌리지 못했고, 천 길 벼랑 끝에서 결국 아버지를 찾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다음 날 2000만 원을 송금해주셨다. 그 돈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자식은 힘들 때 부모를 찾는다. 하지만 부모는 힘들 때 자식에게 감춘다. 자식은 부모에게 대가를 바란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에게 거짓을 말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연로하신 부모가 유일하게 하는 거짓말, "나는 괜찮다"이다. 너희들이나 잘 살아라, "나는 괜찮다", 너희들 몸 걱정이나 해라, "나는 괜찮다". 차 막히는데 내려오지 말아라, "나는 괜찮다", 너희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오너라, "나는 괜찮다."…
하지만 안 먹어도 괜찮다던 부모님, 자식들 나간 후 찬밥에 물 말아 드실지 모른다. 아프지 않다던 부모님, 하루 하루를 약으로 버티고 계실지 모른다. 그 때는 그게 거짓인지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몇 해 전 떠나가신 그 분에게 그저 '고맙습니다'라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는 그 자리가 얼마나 큰 지 몰랐다. 돌아가신 후에 큰 자리인 줄 깨닫고 죄송해하며 통곡했다. 유독 부모님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지금 바로 전화 한 통 드리자. 행여나 자식에게 전화 올까 봐 전화기 앞을 계속 서성이실지 모른다.
천호식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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