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5시간 야근한 당신보다 10분 지각한 당신을 더 기억한다. 근태를 결정짓는 가장 기초적인 기준은 당신의 아침 출근시간이다. 출근시간은 나와 같은 조직에 있는 모든 사람과의 약속이다. 고작 5분, 10분으로 당신의 능력이 저울질당하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기업 총수에게 기자가 성공 비결을 물었다.
“내 평소 지론은 월급이야말로 업무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이라는 것이었어요. 일을 충실히 하면 돈에서 얻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얻게 되는 법이죠.”
“그러니까 그러한 진리를 자신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성공하게 된 것이로군요?”
기자의 질문에 기업의 총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그걸 인식시켰던 것입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이 유머는 샐러리맨들의 서글픈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샐러리맨들이 언제나 박봉에 시달려야 하는 원인이라면 엄청난 비약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 없는 얘기만도 아니다. 샐러리맨들이야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아우성을 치지만 기업주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적게 주고 많이 부려먹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기업의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큰 기업이든 동네 구멍가게이든 간에 운영비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인건비다.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말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이 단어가 사실 IMF를 조기 졸업하고, 퇴출 위기에 몰려 있던 기업의 숨통을 뚫어놓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당하는 사람이나 밀어내는 사람이나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아무리 이윤 극대화가 목표라고는 하지만 악덕 기업주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정든 직원을 내보내고 싶겠는가? 게다가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끼리 어느 특정인만을 콕 찍어서 내보내야 하는 업무는 참으로 모진 보직이 아닐 수 없다. 또 짐을 꾸리는 동료를 보는 남은 사람들 또한 살아남았다는 기쁨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에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을 것이다.
눈도장, 결제보다 중요하다
그 사람의 능력이나 실적이 고스란히 표현되는 영업의 업무가 아니고서는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야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에서, 게다가 팀제로 운영되어 팀원들에게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아버님 칠순 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왠지 정과장이 내 식구가 아닌 것 같고, 지난 설 때 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찾아와 넙죽 절을 하고 간 송대리가 뚝심 있는 놈처럼 느껴진다.
조직에서는 때때로 업무보다 업무 외적인 것이 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눈도장이다. 간혹 결재도장을 받는 것보다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눈도장이다.
상사 입장에서 보면 전화로 밖에서 그냥 퇴근하겠다는 이대리 녀석은 왠지 농땡이를 피우는 것처럼 느껴지고, 아침에 자신보다 늦게 출근하는 직원은 어쩐지 불성실해보인다. 게다가 출근시간은 업무의 기본임을 알면서 간혹 헐레벌떡 시간을 맞춰 들어오거나 5분, 10분씩 늦게 들어오는 부하직원은 아무리 업무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예쁘게 보아줄 수 없다.
출근시간은 모든 사람과의 약속이다
출근시간에 조금 늦었다고 해서 특별히 큰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회의가 없는 이상 5분이나 10분 늦었다고 회사의 존망이 결정되지 않으며 그렇다고 담당 업무에 엄청난 피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먼저 출근한 사람과 아직 출근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것일까?
출근시간은 조직생활의 기본이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직원들 간의 약속이다. 아무리 업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출근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상사나 회사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일과 조직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외박한 것은 어지간해서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각한 빈자리는 반드시 상사의 눈에 띄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당신이 야근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사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가 당신이 세 번쯤 지각하는 날 ‘김대리는 어째서 매일 지각하는 거야!’로 폭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상사가 5시간 야근한 당신보다 5분 지각한 당신을 기억하는 이유다.
상사의 업무는 당신을 관리하는 것이다
밤새 같이 술을 마시고도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한 상사를 샐러리맨은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그 상사 위의 상사, 즉 사장님은 그런 직원들을 가장 좋아하는 법이다. 당신은 상사가 사장님의 눈도장을 받은 후 사우나로 외근을 가거나 창고에 처박혀 숙면을 취하는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그 사실을 사장님만 모르고 계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착각이다. 대부분 사장님도 알고 있다. 다만 모르는 척할 뿐이다.
사장님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직원들을 관리 감독하라고 당신의 상사를 고용한 것이다. 따라서 업무만 제대로 돌아가게 한다면 상사의 모든 행동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당신은 직접 업무를 처리하고 기획안을 작성해야 하며, 때에 따라선 발로 뛰며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치사하게 5분, 10분 더 자겠다고 가슴 졸이면서 전철을 타고 택시에 몸을 싣지 마라. 고작 5분, 10분으로 당신의 능력이 저울질 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에 웃는 2등의 원칙>
1. 클라이언트나 상사의 경조사는 가급적 모두 참석하는 것이 신상에 좋다.
2. 술 냄새 팍팍 풍겨도 일찍 나와 눈도장을 찍은 뒤에 요령을 피워도 피워라.
3. 근태 불량이란 용어에는 늦은 출근만 문제될 뿐 늦은 퇴근은 권장사항이다.
[박승주 PSI컨설팅커뮤니케이션연구소 실장] 참조 <행복한 2등의 성공법칙> (더난출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