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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의 선시

金成官 황금웃음 2013. 8. 6. 05:11

                        

 

 

 

★♧ 서산대사의 선시 ♧★  

 서산대사(휴정:1520-1604) 

 
'청허당 진영' - 유성 그림, 비단에 채색, 160.1×74.9㎝, 1768년, 봉정사 소장.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평강남북도와 자강도 사이에 위치한 해발 1909m)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

(휴정: 1520-1604)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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