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붓고 밤중 소변 못참는 당신 ‘콩팥 이상?
인체 노폐물 배출 수분·체액 조절 등 여과지 역할 ‘작지만 중요한 기능’
30세부터 매년 1%씩 기능 약화… 당뇨·고혈압 등 만성신부전 원인질환
급성일 경우 50%이상 사망… 다리부종·빈뇨 등 증상 쉽게 보지말아야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은이 한동안 보이지 않자 다양한 ‘설’이 나돌았는데,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 ‘건강이상설’이었다. 김정은을 진료한 독일 의사에 따르면 그가 건강 이상을 일으킨 데는 신부전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국의 독재자를 전면에서 물러서게 만들 만큼 심각한 질환이고, 현대의학 수준에서도 급성신부전 사망률이 50%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병에 비해 위기의식이 높지 않은 신부전에 대해 알아본다.
신장질환, 다른 질병에 비해 위기의식 없어 더 위험
양쪽 옆구리의 등쪽 갈비뼈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신장은 강낭콩 모양을 하고 있어 ‘콩팥’이라고 불린다. 양쪽 콩팥의 무게는 전체 체중의 약 0.4%에 지나지 않지만, 다양한 대사과정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을 외부로 배설하는 한편 외부에서 들어온 약물이나 독성물질을 걸러낸다.
정상인의 신장에서 하루에 여과되는 혈액량은 무려 180ℓ에 이르지만 실제로 소변 등으로 배설되는 양은 1~2ℓ에 불과하다. 이는 신장이 인체에서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은 재흡수하고 노폐물만 내보내는 여과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신장은 인체의 수분과 체액을 일정하게 조절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소실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신부전을 쉽게 표현하면 ‘신장질환’이다. 의학용어인 신부전이 일반 사람들에게 어렵기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는 더욱 쉽게 이해되도록 신장질환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부전(不全)’이라는 말 자체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니 신부전도 쉽게 말해 신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전신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상태를 말한다.
신부전은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신부전의 증상 및 징후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소변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핍뇨나 방광에 오줌이 없는 무뇨가 나타날 수도 있고, 고혈압·부종·호흡곤란 등과 요검사에서 혈뇨·단백뇨·농뇨·원주 등의 소견을 보일 수 있다. 핍뇨나 무뇨 등의 증상 없이 신부전이 오기도 하는데, 보통 소변량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급성신부전은 원인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쇼크나 출혈 등으로 인해 신장에 혈액이 흐르지 않을 때 일어나는 신전성신부전, 둘째는 급성신장염이나 급성신우신염 등 신장 기능 자체가 저하되어 일어나는 신장성신부전, 셋째는 결석이나 전립선 비대 등 요로의 통과 장애가 원인이 되는 신후성신부전이다. 급성신부전 사망률은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50%에 달한다. 이는 신부전 자체 문제라기보다는 신부전의 원인질환 때문이다.
만성신부전의 원인질환으로는 빈도 순으로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 질환, 원인 불명, 다낭성 신질환 등이 있다. 노년층에서는 원인질환이 신장경화증, 당뇨병, 세뇨관 간질성 신염, 폐쇄성 요로병증, 사구체 질환, 다낭성 질환 순으로 약간 바뀐다. 만성신부전 증상으로는 두통, 피로감, 불면증, 요독성 악취, 딸꾹질, 소양증, 오심, 구토, 식욕부진, 부종, 소변량 감소, 근육 경련, 근력 약화 등이 있다. 검사에서 전해질 이상, 고혈압, 폐부종, 빈혈 등이 발견될 수도 있다.
신장의 기능은 20세에 최고에 달했다가 30세부터 약해지기 시작하는데 30대 중반부터 1년에 1% 정도씩 약해진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하더라도 85세가 되면 신장 기능의 50% 정도가 작동을 못하게 된다.
신부전이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서 잘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침묵의 장기’인 간처럼 신장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35~50%까지 기능이 감소하더라도 별다른 전신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관리에 소홀하기 쉽고, 신장을 빨리 망가뜨리는 위험 요소들에 대비하지 않아 만성신부전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당뇨 > 고혈압 > 사구체신염… 만성신부전 주요 원인
2013년 통계청에 따르면 만성신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6명으로 유방암 4.4명, 자궁암 2.4명보다 많다. 또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 및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인데, 2004년 4만1891명에서 2013년 7만5042명으로 약 1.8배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도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만성신부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2006년 8만5141명에서 2010년 11만6762명으로 37.1%가 늘었으며, 2013년에는 15만1511명에 달했다. 성비는 6대 4로 남성의 비율이 약간 높았다.
또한 대한신장학회 조사를 보면 혈액투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9.9%에 불과해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 64.1%와 비슷하거나 낮다. 이는 만성신부전이 합병증에 취약한 탓이다.
우리나라 만성신부전 원인의 40% 이상이 당뇨병성 신장 질환이며, 고혈압(16%), 사구체신염(1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표적인 성인병인 당뇨와 고혈압이 신장질환의 주요 원인인 셈이다.
미국 의학계에서는 미국 인구의 10% 정도가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이유로 당뇨와 고혈압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 수치가 높으면 신장에서 배설물을 거르는 사구체(모세혈관들이 털뭉치처럼 얽혀 있는 기관)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마치 그물망이 오랫동안 무거운 물체에 눌려 있으면 구멍이 나서 그대로 고기가 아래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콩팥이 거르는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은 스스로 치료하려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옆의 세포들이 구멍 난 곳을 메워보려고 모여서 마치 얇은 초를 입힌 종이층을 형성하는데, 이것은 그물망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거르는 것을 막아 결과적으로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게 된다.
혈압이 높을 경우에도 미세혈관에 계속해서 압력을 줘서 정상적인 대사활동을 못하게 만든다. 특히 염분이 잘 걸러져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조절기능이 약해져 몸 안에 염분 수치가 높아지고, 염분은 곧바로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고혈압 증세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어 위험한 것이다. 신장질환 환자의 대부분이 고혈압 환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로 남성들이 신장질환을 앓는 경우 요로를 좁히는 전립선 비대증이나 요로결석이 원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소변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해 결과적으로 신장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특별한 예방법은 따로 없지만 혈액 및 소변검사만으로 간단하게 진단받을 수 있으므로 병이 악화되기 전에 미리 발견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 올바른 식습관은 만병을 예방할 수 있듯이 신부전도 마찬가지다. 짠 음식이나 단 음식을 줄이고 고단백질 음식섭취를 줄여 여과 역할을 하는 신장에 무리를 덜 주도록 해야 한다.
신장이 약하다면 영양소 가운데 특히 칼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바나나, 오렌지, 수박, 키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키위는 혈액 투석중인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금기 식품이다. 신부전증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칼륨 함량이 상당히 높기(100g당 271㎎) 때문이다. 아울러 신부전증 치료의 상당 부분이 결국은 당 수치와 혈압을 조절하는데 있는 만큼 평소 당뇨와 혈압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민<가정의학 전문의>
<자료=대한의학회/국가건강정보포털/한국신장장애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