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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金成官 황금웃음 2011. 3. 24. 13:08

 

한 여름 뙤약 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게 달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어느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있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 글/심순덕_낭송 이원희』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