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산다
택시운전사가 1등으로 연금 가입한 이유 |
![]() 나는 우리나라에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를 88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때는 직장인들만 의무적으로 가입이 되었는데 하기 싫어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었다. 그러나 나는 퇴직금도 연금도 없는 개인 택시운전 직업이기에 항상 노후가 걱정이 되었는데 국민연금 가입 자격마저 안 되었기에 너무도 안타까웠다. 조합원으로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되기를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는 어느 날 아침 조간신문을 펼 쳐든 순간 지역가입자도 국민연금 허용이라는 기사를 발견하여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그날 연금공단을 찾았다. 89년 5월 초 어느 날이라고 생각되며 지금 생각해보니 지역가입자 국민연금 가입 허용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1번으로 국민연금공단을 찾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국민연금공단 사무실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으니 양식과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양식을 가지고 즉시 병원으로 찾아가 건강 진단을 받고 가입 신청 서류를 작성하여 다시 연금 사무실로 찾아가 그날 즉시 가입을 마쳤으며 정확하게 그때 월 보험료는 7500원으로 시작했다.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왜 드느냐고 말도 많았기에 자진해서 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나라에서 하는 일이다, 나는 나라를 믿는다, 국민연금이 잘못되면 나라도 잘못된다, 어떻게든 넣어 놓기만 하면 죽는 날까지 나라에서 보장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도 밀린 적 없이 최선을 다해 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제도가 변경되었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불평하며 모두가 기피했다. 나중에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주장 속에 국회에서도 곤욕을 치렀고, 대선 공약으로도 내세워지기까지 했다. 전 국민 연금으로 바뀔 때까지 나는 정확하게 8만9100원씩 불입했으나 이후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 겹치면서 소득에 맞게 보험금을 약간 줄여서 신청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청각장애자다. 국민연금은 노후 행복 보장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 왔다. 이후 17년이란 세월이 흘러 노령연금 수령자가 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신분증과 통장을 들고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신청을 마치고 기다리니 담당자가 “다음달부터 43만씩 지급됩니다.”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졌다. 말이 43만원이지 이제부터는 보험금을 내지 않고 받게 되니 내는 돈을 더하여 생각하면 받는 돈은 60만원 받는 것과 뭐가 다를까. 나는 국민연금 60만원 수령한다는 생각으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 담당자에게 대접하려고 급히 가다가 넘어져 커피를 쏟아 난리를 피우기까지 했다. 그렇게 행복에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어느 날 동료가 모친상을 당해서 문상을 갔는데 나보다 네 살이 많은 아주 다정한 동료를 만났다. 나보고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43만원씩 받았다고 하니 그 형님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불입기간이 짧아서 일시불로 받던가, 아니면 5년을 채우라고 해서 생각해보니 5년을 채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5년을 채우고 연금을 받는데 월 12만원씩 받아. 왜 처음에 가입할 때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 그때 알았더라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내서 지금 연금을 더 많이 받을 거 아냐.” 나를 원망하며 후회하기에 내가 그랬다. “그때는 누구한테도 말 한마디 못하고 바보처럼 그냥 어두운 터널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7500원에 시작한 보험료가 8만9100원까지 올라갈 때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요. 가입했던 사람도 해약하는 경우가 있었지요. 그래도 나는 그냥 ‘늙어서 봐야지 음지가 양지된다. 고갈되면 자선 사업한 거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보험료를 냈습니다.” 내 말을 듣고서야 동료는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하면서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그 후 동료들과 등산을 가는 길에 한 동료가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제일 잘한 것, 자랑하고 싶은 것과 또 잘못해서 후회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국민연금에 일찍 가입한 것이 제일 잘한 것이며 잘못해서 후회하는 것은 아들 딸 대학 등록금이 겹쳐 국민연금을 최고의 한도까지 넣지 못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사람들한테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17년 동안 낸 보험료가 1000만원이 안 되는데 3년 동안 받은 돈이 1300만원이 넘는다. 금년에 또 물가상승률 반영하여4.7%를 인상해 주니 항상 행복하다고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다고. 살다보니 돈이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아무 때고 꺼내서 쓰는 돈이 제일 좋은 돈이고 멋진 삶이지 부동산에 투자해놓고 오르기 기다리는 사람은 많이 가졌지만 불행할 것이며, 재산 때문에 자식들이 서로 원수로 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금만은 자식이 가져가지 못한다. 나는 골프채를 들고 가는 사람을 봐도 부럽지 않은데 무료급식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내 나이 만으로 63세. 국민연금에서 나오는 돈 하루 1만5000원을 가지고 한강, 남산 산책하며 점심 사먹고 술 한잔 마시고 들어와도 돈이 남으니 대만족이며 행복에 노래를 부르며 귀가한다. 나는 죽는 그 날까지 무료급식소 찾아가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족들은 가장을 믿고 국민들은 나라를 믿고 국민연금을 불입하며 살아간다면 노후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럽게 살았던 중년의 내 삶이 노년에는 자랑하고 싶은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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